
42. 룩세리온 사이드 퀘스트 세부공략 : 묻혀진 정열 |
[ 10시 이후에 거주 구역 위병 근처에 남자가 퀘스트를 준다. ] 라이트닝 : 표정이 안 좋군.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건가? 알만 : 아니…… 그냥 조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옛 친구의 생각을 좀. 라이트닝 : 옛날의? 알만 : 죽어 버렸거든요, 아주 오래전에. 라이트닝 : ……그렇군. 알만 :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알만이라고 합니다. 괜찮으시면 이야기를 좀 들어 주시겠습니까? 죽은 친구와의 추억 이야기를.
라이트닝 : 어떤 친구였지? 알만 : 그 친구는 기자였습니다. 「펜은 무기다」가 그의 신조였죠. 사회에 숨어 있는 악과 위선을 폭로함으로써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겁니다. 뭘 모르는 풋내기의 이상에 불과했지만요. 라이트닝 : 이상이나 신념이 없는 것보단 나아. 알만 : 그렇겠죠, 하지만 그는 화려한 뉴스와는 인연이 없었죠. 매일 상점가를 부지런히 취재하면서 「금주의 절약 정보」 같은 기사를 써서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었으니까요. 친구는 그런 평범한 기자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거죠. 라이트닝 : 큰 사건이라도 담당한 건가? 알만 : 후후, 예리하시군요. 하지만 이야기가 좀 길어지고 말았군요. 뒷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 다른 날 다시 알만을 찾아가자. ] 라이트닝 : 옛 추억 이야기를 계속 들려 주겠어? 기자였던 친구 이야기 말이야. 알만 : 일부러 제 이야기를 들으러 와 주시다니 기쁘군요. 일전에는 제 친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부분까지 이야기했었나요? 그에게 찾아온 기회란, 어느 부정부패 사건이었습니다. 유스난의 거리를 무대로 한 뇌물수수 의혹. 의혹의 중심은 구세원에서 책임 있는 지위를 차지한 여성이었죠. 라이트닝 : 구세원의 간부가 연루된 부정이라. 여론이 들끓었겠군. 알만 : 네, 신의 가르침과 사회를 뒤흔드는 대형 스캔들이었죠. 그래서 친구는 매일 부정을 파헤치는 기사를 작성하며 의혹을 받고 있는 여성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네, 제 친구의 펜은 너무나도 날카로웠습니다.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여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라이트닝 : 안타까운 결말이지만 죄를 인정한 셈이군. 알만 : 아니요, 그녀가 죽은 직후에 어처구니없는 문서가 발견되었거든요. 의혹 그 자체를 뒤집는 결정적인 증거였죠. ……그 여성은 결백했습니다. 죄가 없었다고요! 라이트닝 :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붙였다는 말인가? 알만 : 네, 친구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은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 드리죠. [ 다른 날 다시 알만을 찾아가자. ] 알만 : 고맙습니다. 또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셨군요. 친구 이야기를. 라이트닝 : 그래, 부패 사건을 쫓고 있던 기자가 무고한 여성에게 누명을 씌워 궁지에 몰린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펜의 힘으로 사람을 죽인 그 친구는 어떻게 됐지? 알만 : 친구의 심적 동요는 무시무시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펜은 무기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았었으니까요. 그 무기를 엉뚱한 사람을 향해 들이댔으니……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죠. 그는…… 아니 저는 이제 죽어서 사죄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이트닝 : 「저」란 말이지, 역시. 알만 : 죄송합니다. 계속 거짓말을 했습니다. 실은 그런 친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고한 여성을 죽음으로 내몬 기자는 바로 저였거든요. 라이트닝 : 그래, 왠지 그럴 것 같았어. 남의 일치고는 너무 심각하게 이야기하더군. 알만 : 기자로서의 저는 그때 죽었습니다. 저는 당장 기자일을 그만뒀죠. 소중히 여기던 펜은 어느 장소에 묻었습니다. 구 시가지, 지금은 창고로 쓰이고 있는 곳이죠. 그곳은 제 자신을 매장한 묘지나 다름없습니다. 라이트닝 : 그게 너의 이야기로군. 왜 나에게 이야기하려고 했던 거지? 알만 : 글쎄 왜일까요. 누구라도 좋으니 마지막으로 털어놓고 싶었을지도. 구원받을 수조차 없이 어리석은 제 과오를…… 라이트닝 : 당신, 죽기를 바라는 건가. 알만 : 아니요. 벌써 죽었습니다. 기자로서 펜을 버렸을 때 저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을 테죠. 제 마음은 이미 예전에 공허한 껍데기가 되었습니다. [ 구 시가지 상자를 부순 곳에서 기념품 깃털펜을 주워 알만에게 가져가자. ] 라이트닝 : 이 펜을 기억해? 알만 : ……잊을 수 없는 물건이죠. 기자였던 시절의 보물이니까요. 독자한테 선물 받은 물건이기도 하고요. 라이트닝 : 과거에 당신은 이 펜의 힘으로 사람들을 구하려고 했지. 알만 : 사회의 부정을 폭로하는 정의의 기자인 척 했을 뿐인걸요. 하지만 펜은 무기, 기사는 흉기을 뿐이었죠. 저는 펜의 무서움을 자각하지 못하고 한 여성을 죽이고 말았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기자를 그만두고 펜을 버린 거죠. 기사 한 줄로 한 인간을 죽여 버린 죄는 펜을 버림으로써만 속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라이트닝 : 뭐가 속죄야. 알만 : ……네? 라이트닝 : 속죄를 위해서 무엇을 했지? 펜을 버리고 후회하고 있을 뿐이잖아? 그 정도론 속죄는 어림도 없어. 과오로부터 등을 돌리고 도망칠 뿐이라고. 알만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기사를 쓰는 것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 때문에 사람을 죽여 버렸으니 저는 펜을 흉기로 휘두른 거라고요. 라이트닝 : 사람을 해치는 흉기는 사람을 지키는 무기가 되기도 하지. 알만 : 다시 한 번 펜을 들라는 말입니까? 제게 그런 자격이 있을까요. 라이트닝 : 있고 말고, 속죄하고 싶다는 의지만 있다면 펜의 무서움을 깨달은 당신이 과거의 잘못을 잊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다면 말의 힘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그런 당신만이 쓸 수 있는 기사가 틀림없이 있어. 알만 : ……나만이 쓸 수 있는 기사라. 해보겠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은 그 펜뿐 아니라 묻혀 있던 제 정열까지 꺼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